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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90년대생 공무원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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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생 공무원이 떠난다

5년 미만 근속자 6천664명 퇴직, 입직자보다 많아 … “불통·불합리 조직문화 느끼며 이직”


▲ 공무원 합격을 자랑하는 시대이자 공직을 떠나는 젊은 공무원도 동시에 늘어나는 시대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올해도 공직에 들어서려는 행렬이 길다. 지난 17일 2021년 9급 국가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19만8천여명이 몰렸다. 5천662명만 합격증을 받을 테니 경쟁률이 무려 35 대 1이다.

이들이 공직 입문을 위해 소모한 자원은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가 2015~2017년 임용된 국가직 공무원 1천65명을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가직 공무원은 준비부터 합격까지 평균 2년2개월, 월평균 생활비는 61만9천원을 들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2019년 기준 공시생 월평균 생활비가 주거비와 식비, 학원비와 독서실비를 포함해 116만7천원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선 채용시험 행렬 다른 편으로는 탈출 행렬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임용된 젊은 공무원들이다. 2019년 재직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6천664명이다. 2017년 5천181명, 2018년 5천670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공무원은 정년, 노후, 일과 생활의 균형이 보장되기에 여전히 ‘꿈의 직장’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천15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 희망직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무원이 대기업과 함께 가고 싶은 직장 공동 2위(16.8%)로 나타났다. 꿈의 직장을 박차고 나오려는 이들은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 <매일노동뉴스>가 들여다봤다.

젊은 공무원 2명 중 1명, 가슴에 ‘이직서’ 품어

3년간 공시를 준비해 지금은 경기도의 한 시청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이아무개씨는 2년차까지는 직장에 만족하며 다녔다고 한다. “직장이 다 그렇지. 뭐, 그러려니 했어요.” 그랬던 그가 지금 ‘반드시 퇴사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상사들이 이씨의 점심산책을 이야기하면서다. 이씨는 점심시간에 홀로 청사 옆 공원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산책을 즐겼다. 과장급들이 모이는 간부회의에서 “그 직원은 점심시간에 왜 혼자 돌아다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커피 들고 왜 혼자 돌아다니냐고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어느새 특이한 사람이 돼 구설에 오르내렸다. 이씨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났다고 찍어 버리면 문제가 되는 조직문화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조직문화를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은 적지 않다. 이는 수치로 확인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8월13일부터 21일까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재직 중인 1960~1970년대 출생 공무원 1천196명과 1980~2000년대 출생 젊은 공무원 1천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젊은 공무원 58.6%는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이 31.7%로 가장 높았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도 31.0%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14.1%),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13.1%) 등의 응답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직을 고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의 답변이다. 이직을 고민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젊은 공무원은 “어디든 다 비슷하다고 생각”(45.8%)했고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28.6%)했다. 이는 한 가지 결과를 말해 준다. 이씨처럼 어디든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직장을 다니던 이들이, 공무원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순간 회의감이 들며 뇌관이 터지듯 이직을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소통 포기하고 이직 고민
어차피 소통 안 된다는 생각

젊은 공무원이 회의감을 느끼는 조직문화는 불합리와 불통이다. 서울시 한 구청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퇴근 이후 연말 발표회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PT) 제작을 하며 링거를 맞을 정도로 일에 치였다. 이런 와중에 퇴직자 공로연수식에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자 퇴사 욕구가 치솟았다고 했다. 한 번 퇴사를 마음먹자 불합리한 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린 남자라는 이유로 업무를 몰아서 배정할 때, 동기가 민원인에게 맞았는데도 우왕좌왕하며 대응하지 못하는 조직을 볼 때, 젊은 공무원들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팀장·과장님을 볼 때마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 경우는 이해할 수 없는 부서이동을 당하며 조직문화에 회의감이 든 경우다. 그는 과에 배치된 지 2개월도 안 돼 통근버스에서 부서 주임에게 다른 과로 발령났다는 사실을 들었다. “저에게는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새로운 과에서 4개월이 지나 일과 사람에도 익숙해질 무렵 과장이 처음 있던 과로 돌아가게 됐다고 김씨에게 통보했다. 김씨는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이전 과로 돌아가느니 그만두겠다고 인사팀에서 한바탕 화를 내고, 새로운 과 팀장과 팀원들이 함께 따져서 인사이동이 겨우 무마됐습니다.” 발령은 없던 일이 됐지만 이 일은 이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했다.

젊은 공무원들은 조직의 불합리함을 볼 때 실망감이 컸다. 행정안전부 조사에서 젊은 공무원들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39.6%가 과도한 의전, 23.8%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라고 했다. 이씨의 경우 과도한 의전으로 인해 불합리한 업무가 수직적으로 내려온 경우다. 젊은 공무원들은 소통보다 곧장 이직을 고려한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직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로 45.6%가 의견을 내도 바뀌지 않는 결론을 꼽았다. 38.5%는 위계적인 조직문화라고 응답했다.

공무원연금 노후보장 여력 줄어

조직문화가 드러나 있는 문제점이라면, 공무원연금은 수면 아래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공무원연금 없애주세요. 제발.” 지자체 유튜브 채널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충주시 유튜브에서 지난달 30일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김선태 충주시청 홍보담당관 지방행정주사보는 젊은 지방직 공무원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직원들은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으로 바꾸고 퇴직금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높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노후보장 여력이 낮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 설문조사는 이 같은 인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6월 공무원노조가 30대 이하 조합원 5천518명을 조사했더니 공무원노조가 해결해야 할 과제 1순위로 54.8%가 “공무원연금 정상화”를 꼽았다. 청년조합원을 위한 교양 강의 선호 주제는 경제·재테크가 33.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전 세대보다 공무원연금을 적게 받는다고 인식하고 연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재테크를 하겠다는 욕구가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1월 297명의 30대 이하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는 “퇴직금을 제대로 주는 조건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만하다”고 47.8%가 답했다. “반대해야 한다”가 27.3%, “무엇이 유리한지 잘 몰라서 판단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24.9%였다.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해 43.8%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30대 이하 공무원들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한 공무원 일부가 국민연금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며 기존 공무원연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가 됐다. 2016년 개정 공무원연금법 시행으로 1.9%였던 지급률은 2035년에 1.7%가 된다. 지급률은 월급에서 매년 연금으로 쌓이는 비율이다. 월급이 100만원, 지급률이 1%이고, 30년간 연금보험료를 낸다면 연금액은 30만원이 된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도 연금에 산입된다.

이전 세대 공무원들에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연금지급률의 차이 때문이다. 연금지급률은 입사 시점이 2010년 이전, 2010년~2015년, 2016년 이후로 격변한다. 2010년 이전에는 2007~2009년의 기본급과 정근수당을 합한 금액을 퇴직 시점에 맞춰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재직기간과 재직기간 1년당 2.5%, 20년 초과에 대해서는 재직기간 1년당 2%라는 지급률을 적용받아 연금을 수령했다. 2010~2015년에는 2010년 이후 전체 재직기간 평균 기준소득 월급에 재직기간과 연금지급률 1.9%를 적용받았다.

변화 움직임, 공직사회 조직문화 바뀔까

정부는 젊은 공무원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제도를 변화시키려 조직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혁신 어벤져스’ 활동이 그것이다.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2019년 7월 43개 중앙행정기관들에서 자율 운영 중이던 젊은 공무원의 혁신모임을 상호 연결한 네트워크로 지난해 2월까지 500여명으로 구성돼 1기가 운영됐다.

조직은 기존 공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에 집중해 왔다. 2019년 12월 ‘혁신제안 공모전’을 통해 온라인으로 보고시간을 예약하는 스마트 보고시스템, QR코드를 활용한 민원인 출입관리 등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발굴했다. 지난해 11월엔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는 책을 통해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대한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과 개선방안을 담았다. 지난달 1기 활동이 끝나고 2기가 출범했다. 조직문화 개선이 범정부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공직사회 조직문화 혁신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 부처에 체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공노총과 공무원노조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공노총 시군구연맹에서 27일 정식 발족할 2030 청년위원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준하 연맹 기획정책본부장은 “공무원 조직 내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공무원연금만을 바라보고 공직에 들어온 공무원들은 적다고 생각했고, 업무에 지루함을 느끼고 퇴사하는 젊은 공무원들은 업무가 변화하지 않는 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만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부재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젊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이라는 뇌관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공무원연금 불만과 노후 불안감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승혁 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신규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교육이 끝나고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은 뒤, 젊은 조합원들과 선배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방향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직 공무원들은 소통이 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공직사회를 개선해 나가자고 요구했다. ‘반드시 퇴사하겠다’던 사회복지직 이씨는 “이제 공무원은 (낮은 급여·연금, 많은 업무량 등으로) 더 이상 매력적인 직종은 아니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문화를 조성해 주지 않는다면 공무원 퇴사는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퇴직자 공로연수식에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이씨는 “순간순간 회의감이 들지만 좋은 사람도, 즐거운 일도 분명히 있다”며 “과장·팀장님들이 직원의 마음과 상황을 살피면 분명 퇴사율이 낮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